사는 이야기

산사를 가다가......

정성스럽고 참됨 2023. 9. 17. 20:23

산사 가는 길에 담았습니다... 어딘지는 몰겠어요...

요 며칠 내내 무조건 산에 가고 싶었다.
마침 토욜 일요일의 틈을 벼르고 별러 나선 길.....

가는 비 흩뿌리는 골목을 누가 잡을 세랴 휘리릭 달려 나와

 한적한 도로로 접어드니 움츠렸던 어깨가 저절로 쭈~~우 욱  펴진다.
 
그래도 부족해 차창을 내리고 소슬바람 한 바랑 기대하지만

뜻밖에도 안으로는 들이치질 않는다. 바람도 갇혀 있기는 영 싫은 게다.
 
하는 수 없이 창밖으로 슬그머니 손을 내밀자,
아~~~
그제서야 선선한 기운이 팔뚝을 타고

겨드랑일 간지럽히며 가슴팍을 시원하게 파고든다.
 
그냥,

이 산이다 해서 차를 멈춘다.
혼자라 번잡함이 없어 무지 편하다.

이 산이 뉘 산이면 어떻고 어딘들 또 무엇하리

제 넉넉함에 겨운 수목의 내음을 맡으며

비 오는 숲 속을 걷는 데는 표현할 수 없는 낭만이 되살아 난다.

그럼!!!!~~~그러면 그렇지!!
이런 재미로 산에 오는구나 ...............!!
 
자연이 키워내는 것들과 눈 맞추며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 날엔 주머니 속 상념들이 한두 가지 정도는
애쓰지 않고서도 내게서 툭 툭 털어지는 날도 있다.
 
일주문 앞에서 개울 하나를 건너는데
그 아래로 좌충우돌 바위를 치고 흘러가는
계곡의 물줄기가 어느 명필의 붓질처럼 시원스럽다.
 
보슬비라 얕볼 게 아니다.
물소리 또한 어찌나 크고 우렁차던지

그 소리가,

저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지난 추석에 고향 못 간 사람들의
서러움의 노랫가락도 꿀꺽 삼켜 버린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나이가 들면서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 아버지 엄니의 모습들을

어찌 그리 그대로를 닮아 가는 걸까?
무엇이 저들로 하여 춤추고 노래 부르게 하는 걸까?

그들이 태어난 정토를 찾아온 이율 묻지 않더라도
자연을 찾아올 때는 조금은 더 고요한 생각에
자신을 맡겨도 될 터인데 말이다.

비에 젖은 나무와 물먹은 잔디
그리고 앉은뱅이 들꽃까지도 모두 제 빛깔로 싱싱하게 살아난다.
 
멈춘 듯 고요한 풍경 같지만

아주 작은 움직임 만으로도 제 존재의 귀함을 알리고 있다.

들여다보는 내 몸 어딘가를 자꾸 움찔하게 만든다.
 
은은히 울려 퍼지는 목탁소리는 독경소리와 함께
아름답게 어우러져 듣기에도 참 좋고

마음에  배여있던 어지러운 마음마저 차분히 가라앉는다.
 
어느 절에 가도 비슷한 음성이고 보면
아마도 녹음테이프를 틀어 놓은 것이겠지만 무슨 상관이랴!!!^*^^

마음으로 스미는 향기가 그윽한 것을..................
그것이면 족하지 않겠는가!!!!!!!
 
비를 타고 내려오는 궂은 안개도

날이 맑아지면서 다시 위로 오르다 조용히 사라진다.

우리에게 수시로 들이치는 욕망과 근심 따위도 자연에

자꾸 안기다 보면

어느새 조금씩 버려지고 비워지리라!!!


오늘처럼 가랑비 오는 날엔

산의 발치에 머물고서도  이렇게 행복하다.

그럼 그럼...그렇고 말고..암 그렇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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